[분류별 야설] 주리의 고백 - 17부 - 딸타임

주리의 고백 - 17부









집에 와서 또 잠만 잤다. 자꾸 자고 싶었다.



그날도 신랑은 저녁을 굶어야 했다. 실컷 놀다가 내 옆에 와서 자야했다.



사람은 열 달 만에 나오지만 강아지는 두 달 만에 나온다고 인터넷에 있었다.



사람은 한 두 명만 나오지만 강아지는 두 마리에서 여섯 마리까지



줄지어 나온다는 것도 인터넷에 있었다.



나는 자면서 강아지가 내 보지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테스트기에 소변을 찍어 보았다. 음성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가슴은 더욱 탱탱해지고 배도 불러 왔다.



다른 임신 증세도 계속 되었다. 아니, 더 심해졌다.



여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과제를 주려는 연락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주인님, 저 임신 했어요."



전화기에서 환희에 소리가 들려 왔다.



"그래? 축하한다. 힘든 일을 해 냈구나. 그래, 몇 마리 같으냐?"



나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임신 증세는 심해지는데 테스트에는 음성으로 나온다고.



여주인은 사람이 아니고 강아지라서 테스트에 안 잡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보다 어리고 모르는 것도 더 많은 여주인이였다.



여주인은 오후에 갈테니까 가게 문 닫고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도 영감은 오전 내내 가게를 지켜보며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피곤하고 짜증나고 은근히 불안한데 영감까지 신경 쓰이게 함이 눈에 거슬렸다.



나는 물을 한 대야 준비했다. 영감에게 덮어 씌워 쫓아버릴 작정이었다.



물벼락을 맞고 영감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중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내 행동을 보고 무슨 반응을 일으킬지는 생각도 안했다.



그냥 눈에 가시 같았고 미워 죽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대야에 물을 가득 들고 가는데도 영감은 아무것도 모르고 서 있기만 했다.



나는 정 조준을 하고 영감 상체에 물세례를 퍼 부었다.



영감이 물을 뒤집어쓰고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와 영감을 번갈아 봤다.



“미친 영감쟁이야, 넘겨다볼 걸 봐야 쥐. 돈이면 다인 줄 알아?”



나는 방어적으로 욕설을 퍼 붓고 가게로 돌아왔다.



지나가던 데이트 족이 영감을 부축해서 사라져 갔다.



“가게로 돌아와서 문을 꽝 닫고 커텐을 쳐 버렸다.



영감 때문에 재수가 없음인지 손님도 통 없었다.



셔터도 반쯤 내렸다. 손님 받지 말고 주인님이나 기다릴 작정이었다.



뒷마당에 있는 신랑을 가게로 데려왔다.



내 마음이 심란한 것을 눈치 긁었는지 신랑은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아 내가 넋을 놓고 있으니 신랑이 다가와 길고 보드라운 혀로



내 발가락 사이를 핥아 주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틀어 안고 뒹굴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신랑의 혀는 발등을 지나 종아리, 무릎, 허벅지를 타고 사타구니에 꽂혀 있었다.



신랑의 머리로 내 치마가 들썩거렸다. 나는 눈을 감고 입과 보지에 침을 흘리며



느끼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내 것이었다.



몽롱해 있는데 갑자기 아랫도리가 썰렁했다.



신랑의 머리가 어디로 가고 없었다.



정신을 수습해 보니 여주인이 와 있었다.



신랑은 여주인 앞에서 아양을 떨고 있었다.



여주인은 신랑을 가게 안에 가두어 두고 둘이 병원에 갈 것을 명했다.



나는 신랑의 침이 묻은 다리를 씻지도 못하고 따라 나서야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았다.



고개를 폭 숙이고 입을 꼭 다물고 뒤를 따랐다.



처자가 처자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고 있었다.



이런 꼴볼견도 있었다. 의사가 무어라 할까? 속으로 웃겠지.



그래도 여주인은 용감했다. 병원이 가까워질수록 내 다리는 무거워졌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내 발목을 잡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도망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확인하고 조치해야할 문제였다.



병원에 들어서는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의사 얼굴 안 보면 되고.



임신이면 낳으면 되고. 새끼는 열심히 키우면 되고.



신랑이 생각났다. 좁은 가게 안에서 무엇하고 있을 까?



놀고 있을까? 자고 있을까? 내 사정을 짐작은 하고 있을까?



의사가 남자였다. 의사는 나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처자가 둘이 오던 할머니가 둘이 오던 관심사가 아니었다.



돈이 되는 환자가 왔을 뿐이었다.



나는 베드에 누워 첨보는 남자 앞에 치부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에겐 하나의 검사 대상이었다.



간호사도 마네킹처럼 의사의 지시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임신이 아닙니다. 상상 임신입니다. 마음을 평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십시오.”



나는 환호의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눈물만 쪼르르 흘렸다.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했다. 불안하면서도 은근한 기대도 함께 했는데.



잘 키울 수 있었는데. 흐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여주인은 아무 말 없이 병원을 나갔다. 실망 했을까?



나는 계산을 하고 서둘러 나왔지만 여주인은 가 버리고 없었다.



후들 거리는 다리를 끌고 가게로 왔다.



신랑을 끌고 집으로 오는데 세상이 허탈했다.



신랑 보기도 미안했다. 새끼들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동안 임신이라고 식사도 챙겨주지 않으며 배짱도 부렸는데.



그것이 일시에 죄악이었다. 그래도 신랑은 원망의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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